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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함께 '난방비 1원도 안드는 집' 만들어보실래요"

큰산happypapa 2011. 3. 14. 09:21

"저와 함께 '난방비 1원도 안드는 집' 만들어보실래요"

[기인열전]'살둔 제로에너지하우스'로 2011 녹색기후상 대상 수상 이대철씨
건설경제 20110314A23

 

지난달 17일 강원 홍천군 내면에 위치한 ‘살둔 제로에너지하우스’를 방문했을 당시 마당은 흰눈으로 덮였지만, 집안은 이미 봄날이 찾아온 듯 훈훈했다. 놀라운 사실은 화석연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태양열로 난방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실외 온도가 영하 20℃ 아래로 떨어지는 혹한기에도 집 안은 늘 훈훈하다”며 취재진을 반긴 집주인 이대철(66)씨는 제로에너지하우스를 직접 기획하고 설계한 주인공이다.

 지난달 9일 국회기후변화포럼(공동대표 정두언ㆍ김성곤 의원)이 주최한 ‘2011 대한민국 녹색기후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씨에게서 제로에너지하우스의 장점과 필요성에 대해 들었다.

 
열 손실 최소화한 제로에너지하우스

 이씨는 에너지 절약이야말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으로 사재를 털어 2009년 1월1일 강원 홍천군 살둔마을에 살둔 제로에너지하우스를 완공했다. 그가 제로에너지하우스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는 독서를 상당히 많이 합니다. 1년에 사서 읽는 책만 400권이 넘지요. 책을 많이 읽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됐고, 특히 그중에서도 에너지 관련 분야로 자꾸 눈이 가더라고요. 그런데 한국 서적은 볼 만한 책이 많지 않아 원서를 1000여권 정도 독파했지요.”

 일반적으로 한 분야 관련 책 100여권만 읽어도 절로 전문가 소리가 나오는데 책 1000권의 지식을 차곡차곡 축적했으니 두말 할 필요가 있을까? 그는 방대한 양의 독서를 통한 결과를 한마디로 “화석연료의 미래가 보였다”고 압축했다.

 “지금부터 길어야 30년 후엔 화석연료의 한계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세상이 뒤집히기 전에 화석연료 없이 살 수 있는 방안을 직접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쳤고, 이렇게 내 손으로 직접 제로에너지하우스까지 만들게 된 거지요.”

 10여년이 넘는 기획 과정을 거쳐 직접 평면도를 그린 그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2009년 1월, 157㎡(47평) 규모의 주택 ‘살둔 제로에너지하우스’를 완공했다.

 이 주택의 핵심원리는 ‘들어온 열은 절대 내보내지 말자는 것’이다.

 “햇볕은 최대한 받아들이되, 건물 내부를 보온병처럼 빈틈없이 감싸 열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단열이 중요해 자재 연구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영하 20℃에도 끄덕없는 이유는? ‘단열’

 우선 주 에너지원인 햇빛을 최대한 받아들이기 위해 집은 서쪽으로 약간 비튼 남향에 일자 형태로 자리 잡았다. 창문은 남쪽엔 가능한 한 넓게, 북향의 유리창 면적은 최소화했다.

 “삼중유리 등을 사용하면 단열은 잘되겠지만 겨울철 유리창을 통한 태양에너지의 실내 유입을 필요 이상으로 저감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중유리에 단열코팅한 창을 사용했지요. 또 밤 동안에 넓은 유리창으로 열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창 위엔 나무로 된 덧문을 달았습니다.”

 벽체와 지붕용 자재로는 구조단열패널(SIP:Structurally Insulated Panel)을 사용했다. SIP는 미국의 에너지 절약 주택을 지을 때 많이 사용하며, 특히 목조건물에서 매우 큰 장점을 지닌다. 시공작업도 상대적으로 매우 간단해 인건비 절감도 가능하다.

   



 “SIP 자체가 구조재니까 구조재를 따로 넣을 필요도 없지요. 미국엔 SIP 제조업체가 상당히 많은데 한국에는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발품을 팔아 공장을 찾았고, 몇 년간 같이 연구해 주문 생산을 하게 됐습니다.”

 이 집의 바닥과 벽은 난로 역할도 톡톡히 한다. 한 번 들어온 열이 식지 않도록 바닥엔 천천히 달궈지고 천천히 식는 타일을 깔고, 방 사이엔 진흙벽을 세웠기 때문이다.

 “진흙 벽돌은 목조 주택의 단점인 실내 축열 기능을 대폭 향상시킵니다. 진흙은 또 실내의 온ㆍ습도 및 냄새 등을 자연 조절할 뿐 아니라 미적으로도 아름답다는 장점이 있지요.”

 그렇다면 흐린 날엔 어떻게 난방이 될까? 답은 간단하다. 거실에 세워둔 페치카(일종의 벽난로)에 장작을 때면 된다.

 “내화벽돌 1300여장을 쌓아 만든 페치카에 1시간만 장작을 때도 36시간 이상 따뜻함이 지속됩니다. 또 밀폐 공간이지만 갑갑한 느낌이 들지 않는 건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의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열 회수형 강제환기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신선한 바깥 공기가 땅속 파이프를 타고 들어와 지열로 데워진 뒤 실내로 들어와 신선하면서도 따뜻한 온기가 지속됩니다.”


 
제로에너지하우스의 노하우 전수에 앞장

 난방비는 0원, 6만원 가량의 전기 사용료 외에 돈 들어갈 일 없는 제로에너지하우스를 배우기 위해 현재까지 이곳을 다녀간 방문객은 6000명에 달한다. 그는 이곳을 방문한 이들에게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모든 노하우를 전수한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제로에너지하우스를 자세히 알 수 있도록 홈페이지(www.zeroenergyhouse.kr)도 마련해뒀다.

 “무엇보다 시골 농가 주민들에게 제로에너지하우스를 지어 살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시골 사람들은 직접 집을 짓고 사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들은 난방을 하지 않으면 겨울에 무지 춥게 살 수밖에 없어요. 그들이 우리집과 같은 제로에너지하우스를 짓기 위해서는 건축비가 보통의 집과 같아야 하고, 자재가 제로에너지하우스에 최적화된 설계ㆍ공법 등이 표준화돼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큽니다.”

 오랜 연구와 실험의 결과물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그는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손잡고 매주 강의에 힘을 쏟고 있다. 건축 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전국의 시ㆍ군 공무원들도 불러 교육할 계획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 책을 출간할 준비도 하고 있다.

 “우선은 올 여름 제로에너지하우스를 짓게 된 동기와 그 과정을 담은 책이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 후 사람들이 책만 보고도 직접 제로에너지하우스를 지을 수 있는 교과서와 같은 책도 낼 계획입니다.”

 그는 제로에너지하우스에 관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제로에너지하우스는 매우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고쳐 나가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현재 70점짜리 제로에너지하우스를 앞으로 90점 이상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할 것입니다.” 
 


홍천=글ㆍ홍연정기자 hong@ 사진ㆍ안윤수기자 ays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