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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대재앙] 지바(千葉)~센다이 400㎞ 도로… 끼어드는 차 한 대도 없어

큰산happypapa 2011. 3. 14. 10:26

[3·11 일본 대재앙] "지바(千葉)~센다이 400㎞ 도로… 끼어드는 차 한 대도 없어"

조선일보 20110314A8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3/14/2011031400054.html?Dep1=news&Dep2=top&Dep3=top

 

 

[선우정 기자가 본 '질서 있는 일본인']
주유소·수퍼·화장실… 수백m 행렬 가지런히… 새치기 한 명도 없어

이번 대지진으로 최대의 피해를 본 미야기(宮城)현 북부 항구도시인 게센누마(氣仙沼). 연안부 반경 1㎞가 쓰나미로 인한 화재로 전소되면서 주민 7만여명 중 13일 밤 9시 현재 무사히 피난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1만5000명에 불과하다.

주변 지역의 학교, 관공서에 수용된 피난민에게 13일 하루 동안 배급된 음식은 오니기리(주먹밥) 한 덩이와 된장국 한 그릇이었다. 해가 저물면서 한기가 밀려왔지만 옷과 이불 역시 충분하지 않았다. 피난민들은 이날 현청에 "충분한 침구와 음식, 외지(外地)의 가족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는 통신 수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현청 관계자는 "사정을 이해하지만 정부가 지금 더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곳은 아직 생존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을 구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주민 분위기는 조용했다. 한 피난민은 "폐허 속에서 구원을 기다리는 주민들이 아직 남아있고 우리 지역만이 아니라 미야기현 전체가 파괴됐으니 견딜 수 있을 때까지 견딜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일본은 지금 기다림과 긴 행렬의 세상이다. 12~13일 지바(千葉)에서 센다이(仙臺)와 미야기(宮城)까지 약 400㎞를 자동차로 달리는 동안, 센다이 번호판을 단 차량이 꼬리를 물었다. 소식이 끊긴 가족, 피해를 본 가족을 찾아 고향으로 향하는 사람들이다. 초조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고 달리기를 반복하면서도 끼어들거나 과속으로 질주하는 차량은 거의 없었다. 그들은 침착했고 순서를 지켰다. 그렇지 않았다면 차량이 뒤엉켜 고향 길은 마비됐을 것이다.

집중적 피해를 본 동북 지방부터 대부분의 주유소가 문을 내렸다. 정유 저장소가 폭발하고 길이 붕괴되면서 휘발유 수송이 중단된 탓이다. 휘발유가 남은 일부 주유소에는 200~300m의 자동차 행렬이 생겼다. 주유하는 데 1~2시간이 걸렸다. 한 번 주유에 10L, 또는 2000엔어치로 제한됐다. 그들은 마치 컨베이어벨트처럼 움직였다. 줄 가운데로 끼어드는 차량, "더 넣어달라"고 소리 지르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많은 휘발유가 필요한 사람들은 문을 연 다른 주유소를 찾아가 다시 1~2시간 줄을 섰다.

주유소뿐 아니다. 제한적으로 식수를 공급해 주는 학교, 제한적으로 생수를 파는 수퍼마켓, 제한적으로 문을 연 공공 화장실 등 도시 곳곳에는 기다리는 사람들의 행렬이 수십에서 수백m를 이루고 있다. 원전 사고로 집을 떠난 후쿠시마(福島)현 주민들은 정부가 마련한 피난소에서 고향이 재건되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전기가 부족한 피해 지역을 위해 피해를 보지 않은 지역 주민은 제한 송전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쓰나미 피해를 본 태평양 연안의 매립지 주민들은 청소용구를 들고나와 거리의 토사를 쓸고 있었다.

라디오에는 가족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의 사연이 이어지고 있다. "미야기현 센다이시에 사는 마쓰모토씨가 게센누마에 사는 어머니에게. 아이들은 모두 잘 있습니다. 소식을 전해주세요." 공영방송인 NHK는 종일 이런 내용을 전하고 있다. 괴멸적 피해를 본 지역에 소식을 전하는 유효한 수단은 현재 라디오뿐이다.

지금 일본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흥분'이다. 일본 정부는 12일 "인터넷에 떠도는 근거 없는 소문을 믿지 말고 매스컴의 정확한 정보에 따라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했다. 현재 인터넷에서 최근 떠도는 소문은 일본인의 원폭 피해의식을 자극하는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와 관련된 것들이다.

비판도 찬사도 아닌 있는 그대로 일본을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