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지킨 선두 한 홀서 다 잃다 _ McKiloy
사흘간 지킨 선두 한 홀서 다 잃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4/11/2011041102388.html
눈부신 마스터스, 22살 청춘 눈 멀게했나… 매킬로이 천당에서 지옥으로
10번홀서 5타만에 그린 올려… 11번홀 3퍼트, 12번홀 4퍼트
"선두로 경기 치르는 건 메이저대회서 멋진 일 아니다"
13번홀 티잉 그라운드에 선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한동안 얼굴을 두 팔 사이에 파묻었다. 벌게진 얼굴, 초점이 잘 안 맞는 듯한 눈동자….
사흘 연속 선두를 달리며 2위 그룹을 4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던 위풍당당한 '골프 천재'의 모습은 이미 찾아볼 수 없었다. 마스터스 최종 4라운드가 열린 11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골프장(파72).
매킬로이는 전반 9홀에서 버디 1개, 보기 2개로 1타를 잃었지만 1타 차 선두를 달렸다. 후반 9홀에서 선전하면 1997년 타이거 우즈(당시 21세3개월) 이후 역대 두 번째 어린 나이(21세11개월)로 우승하는 영예를 안을 수 있었다.
하지만 10번홀(파4)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이번 대회 71%의 페어웨이 적중률을 자랑하던 매킬로이의 티샷이 갑자기 흔들리며 악성 훅이 났고 공은 왼쪽 숲 쪽으로 날아갔다. 캐빈(cabin·회원 휴식을 위한 통나무집) 옆에서 겨우 공을 찾았지만 레이업을 할 수밖에 없었고 세 번째 우드샷도 그린 옆 나무 사이로 떨어졌다. 여기에서 친 공이 나뭇가지를 맞고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 결국 5타 만에 그린에 공을 올렸다. 2퍼트로 홀아웃해 트리플 보기.
그리고 이어진 '아멘 코너'에서 매킬로이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졌다. 11번홀(파4)에서는 홀 4m 거리에서 3퍼트로 보기를 했고 12번홀(파3)에서도 4퍼트를 하며 더블 보기를 했다.
3개 홀에서 6타를 잃은 매킬로이는 어느새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었고 그린재킷도 그의 손을 떠났다.
결국 4라운드에서 8타를 잃은 매킬로이는 4언더파 284타 공동 15위로 대회를 마쳤다.
- ▲ 2011 마스터스에서 사흘 연속 선두를 달린 로리 매킬로이는 11일 4라운드 10~12번 3개 홀에서 6타를 잃으며 순식간에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4라운드 13번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얼굴을 파묻은 매킬로이. /AP 뉴시스
1996년 대회 때는 그렉 노먼(호주)이 무려 6타 차 선두를 달리다 4라운드에서 78타를 치는 바람에 닉 팔도(잉글랜드)에게 그린재킷을 내줬다.
평소 "타이거 우즈는 더 이상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고 말하는 등 자신감에 넘치던 매킬로이는 풀죽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는 "메이저대회에서 선두로 경기를 치르는 것은 결코 멋진 일이 아니었다"며 "10번과 11번, 12번홀을 마치면서 나의 토너먼트는 사실상 끝났다"고 말했다.
메이저대회에서 여러 차례 역전패를 당했던 그렉 노먼(호주)은 "매킬로이의 아픔을 이해한다. 쉽지 않겠지만 정신적으로 떨쳐내야 한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매킬로이는 2009년 2월 유럽투어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서 당시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고 지난해 미 PGA투어 퀘일할로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10언더파를 몰아치며 우승하면서 신세대 그룹의 선두주자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기복이 심한 '롤러코스터' 플레이도 그의 특징이다. 작년 브리티시 오픈 1라운드에서 9언더파 63타를 쳐 메이저 한 라운드 최저 타수 타이기록을 세웠지만 다음날 8오버파 80타를 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