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구상 시인의 “임종 고백”(臨終告白)

큰산happypapa 2011. 11. 2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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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 "황wang40@hanmail.net>
To : "임4000@korea.com>
Sent : Wed, 02 Nov 2011 19:46:59 +0900 (KST)
Subject : 구상 시인의 “임종 고백”(臨終告白)
 

 

나는 한평생, 내가 나를 / 속이며 살아왔다. //

이는 내가 나를 마주하는 게
/ 무엇보다도 두려워서였다.

 나의 한 치 마음 안에 / 천 길 벼랑처럼 드리운 수렁 /

/ 그 바닥에 꿈틀거리는 / 흉물 같은 내 마음을 / 나는 마치

고소 공포증 / 폐쇄 공포증 환자처럼 /

눈을 감거나 돌리고 살아왔다.
실상 나의 지각(知覺)만으로도 / 내가 외면으로 지녀 온 /

양심, 인정, 명분, 협동이나 /

보험에나 들 듯한 신앙생활도

 

/ 모두가 진심과 진정이 결한 /
삶의 편의를 위한 겉치레로서 / 그 카멜레온과 같은 위장술에

/ 스스로가도취마저 하여 왔다.
더구나 평생 시 쓴답시고 / 기어(綺語) 조작에만 몰두했으니

 

/ 아주 죄를 일삼고 살아왔달까!
그러나 이제 머지않아 나는 / 저승의 관문, 신령한 거울 앞에서 /

 저런 추악 망측한 나의 참모습과 /

 마주해야 하니 이 일을 어쩌랴! /

 

 하느님, 맙소사!

구상 시인의 “임종 고백”(臨終告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