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연금 1억' 월32만원, 판매사는 350만원?
'즉시연금 1억' 월32만원, 판매사는 350만원?
중앙일보 20120615E2
즉시연금보험은 부자들의 필수 재테크 상품으로 꼽힌다. 올 3월까지 신규 가입액만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총가입액 2조원의 절반이 넘는다. 인기 비결은 절세효과와 월지급식이란 지급방식 때문. 정치권의 ‘부자 과세’ 주장도 비과세 상품인 즉시연금 가입을 부추겼다.
그러나 “즉시연금의 절세효과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즉시연금은 비과세라는 장점뿐 아니라 사업비를 떼는 보험상품이라는 근본적인 약점이 분명 있는데 이런 부분은 가려져 있다”고 말했다.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가 ‘절세하려면 즉시연금에 가입해야 한다’며 고객을 부추기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절세라는 단어에 현혹되지 말고 실제 절세금액과 세후 수익률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낮은 수익률을 감수할 만큼 즉시연금의 절세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보험·증권·은행의 대표적인 월지급식 상품인 즉시연금과 월지급식 ELS·월지급식 정기예금을 비교해 봤다. 공시이율 연 4.7%인 삼성생명 즉시연금의 실제 수익률은 연 3.89%다. 1억원을 넣으면 1년에 388만8000원, 매달 32만 4000원을 받는다는 계산이다. 사실상 월지급식 상품인 ‘KB펀드와 만나는 예금’(실질수익률 연 3.47%)보다 수익률이 조금 높은 정도다.
증권사의 월지급식 ELS보다는 수익률이 턱없이 낮다. 최근 증권사가 발행하는 월지급식 ELS는 비교적 안정적인 두 종목 지수형의 경우 대략 연 9~12% 정도다. 물론 ELS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조건이 맞아 상환되기만 하면 1억원을 가입했을 때 이자소득세를 제하고도 매달 84만6000원을 받을 수 있다. 종합과세 대상이 돼 나중에 38% 최고세율을 적용받아도 매달 67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계산이다.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김진웅(보험계리사) 차장은 “ELS 수익이 모두 과표로 잡혀 종합과세 대상이 되더라도 금융소득 40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만 누진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실제 늘어나는 세금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다른 대안상품이 있는데도 단순히 세금을 아끼겠다는 이유만으로 수익률이 낮은 비과세 상품을 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수익률뿐 아니라 자금 유동성 측면에서도 즉시연금은 다른 상품에 비해 약점이 있다. 다른 월지급식 상품은 만기가 3~5년에 불과하지만 즉시연금은 최소 10년이다. 10년을 유지하지 못하고 해지하면 이자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절세효과가 곧바로 사라진다. 경우에 따라 미리 떼인 수수료와 사업비 등으로 원금을 손해보기도 한다.
그런데도 은행 등 판매사는 즉시연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유는 수수료다. 즉시연금의 판매사 수수료는 은행·증권사 모두 3.5%다. 고객이 1억원을 넣으면 판매사는 곧바로 350만원을 챙긴다는 얘기다. 고객은 1년 걸려야 얻을 수 있는 수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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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211/8472211.html?ct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