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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내 일자리 노리는 옌청 노동자들

큰산happypapa 2012. 7. 30. 08:10

[노트북을 열며] 내 일자리 노리는 옌청 노동자들

 

중앙일보 20120730_34

문제는 결국 일자리다. 국제 경제관계는 곧 남의 나라 일자리를 빼앗고, 빼앗기는 ‘전쟁’이기도 하다. 그 전쟁에서 지면 내 일자리는 남의 나라로 넘어간다. 우리는 과연 어떤가?

 지난주 방문한 중국 장쑤(江蘇)성 옌청(鹽城)의 기아자동차 공장. 조립라인 위의 자동차가 쉼 없이 돌고 있다. 이곳 공장 직원은 약 3800명. 대부분 주변 전문대학에서 뽑아온 젊은이들이다. 이들의 한 달 평균 4000위안(약 70만원)이다. 한 해 약 20%씩 오른다고는 하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 현장 근로자의 5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노동 생산성은 오히려 높다. 차량 한 대 생산에 투입하는 시간을 뜻하는 HPV는 평균 19.8로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 물론 국내 공장보다 뛰어나다. 한 라인에서 4~5개 모델을 바꿔가며 생산할 수도 있다. 그만큼 중국 근로자의 기술 적응력이 우수하다는 얘기다. 그들에게도 노조(공회)는 있지만 대립이 아닌 협력 파트너에 가깝다. 주문이 밀릴 때는 자진해 ‘점심 시간을 30분 단축하겠노라’고 제의하기도 한다. 지자체의 지원도 화끈하다. 옌청 시정부는 ‘철도 물류가 필요하다’는 말에 공장까지 철길을 깔아주기로 했다. 현지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기업환경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립 공장을 옮기니 부품 업체들도 동반 진출한다. 현대모비스 등 100여 개 기업이 주변으로 공장을 옮겼다. 좋은 기업환경을 찾아가는 기업을 말릴 수는 없는 일. 그렇게 우리는 중국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저급 노동력이니 별문제는 아니다’라고 자위할 수도 없게 됐다. 고급 일자리 역시 중국으로 빨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노트북 관련 일자리는 이미 상하이 주변 도시에 빼앗겼고, LCD디스플레이도 이전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의 시안(西安)반도체 공장 설립은 이 분야 일자리마저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중국과 FTA를 하려는 목적 중 하나는 그 흐름을 되돌려보자는 데 있다. 우리나라를 서방 기업의 중국시장 공략 전초기지로 조성하자는 뜻도 있다. ‘첨단 제조업 허브(Hub)’ 구상이다. 우리 업계에 축적된 기술 경쟁력, 글로벌 시장 노하우 등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중국보다 월등히 뛰어난 작업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다면 서방 기업은 여전히 한국을 외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역시 협력적 노사관계다. 분규를 선택할 기업은 없다. 갈등과 대립을 종식할 노사관계의 혁신적 패러다임 변화, 그게 ‘FTA 허브’의 선결 요건이다.

 옌청 공장의 젊은 노동자들이 땀방울을 흘리며 작업을 하고 있는 그 시간, 한국의 자동차업계에서는 특근 거부, 부분파업, 심지어 직장폐쇄 등이 어지럽게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과연 내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옌청 자동차 공장의 젊은 노동자를 보면서 떠오른 질문이다.

한우덕 <옌청에서>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737/8901737.html?ct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