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어 (煎油魚) _ 영양학자 김갑영의 우리 음식 이야기
전유어 (煎油魚) _ 영양학자 김갑영의 우리 음식 이야기
[문화일보] 20130206_33
한국의 상차림에서 혼인, 생일, 연회 등의 잔치음식이나 상례, 제사음식에 이르기까지 꼭 빠지지 않는 음식이 바로 전유어다.
전유어라는 이름은 일설에 따르면 생선을 기름에 지진다고 해 붙여졌다는 얘기가 있지만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생선전 외에 여러 종류의 재료를 사용한 전을 모두 전유어라고 부른다.
전통음식연구가인 고 강인희(1919~2001) 교수 저서인 ‘한국의 맛’에는 육류, 어패류, 채소류 등의 식품재료를 얇게 저미거나 다져서 반대기를 지어 밀가루를 얇게 바르고 날달걀을 흰자, 노른자로 나누어 씌워 기름을 많이 쳐서 번철에 노릇노릇하게 지진 음식을 ‘저냐’라고 했으며 전유어, 전유화라고도 부른다고 돼 있다.
전유어를 부칠 때의 조리법은 상차림에 따라 약간씩 다르다. 귀한 손님을 위한 교자상차림에는 재료에 녹말, 밀가루를 바르고 달걀을 씌워 부쳐낸다. 큰잔치 상차림에는 밀가루를 바르고 치자물을 섞은 달걀을 씌워 지져낸다. 또 간편하게 달걀 없이 녹두를 갈아 들기름, 돼지기름에 지져내기도 한다.
전유어로 만들어지는 식품재료로는 간, 천엽, 골, 양, 이리, 선지, 부아(허파) 등의 부위별 육류는 물론 굴, 조개, 웅어, 뱅어, 새우, 게, 비웃(청어), 밴댕이, 도미, 민어, 숭어, 대구, 잉어, 낙지 등의 어패류 그리고 호박, 배추, 고추, 목이, 석이 등의 채소 및 버섯류 등 여러 가지가 쓰였다.
육류의 경우 부위별로 손질하는 법이 조금씩 다르다. 냄새가 나기 쉬운 부위인 간전유어는 밀가루 대신에 메밀가루를 묻혀서 부치고 달걀 흰자만으로도 부친다. 천엽전유어는 굵은 소금으로 잘 문질러 씻어서 냄새를 없앴다. 소의 양을 손질해 부치는 양동구리전유어는 밀가루 대신에 녹두녹말을 쓴다. 맛 좋은 것으로 유명한 민어전유어는 뼈를 발라낸 살점을 소금물에 담가서 간이 골고루 배게 한 후 기름을 듬뿍 넣어 지진다.
전통적으로 명절 등의 잔치상차림에는 소 한 마리를 잡아서 소고기 내장 등의 각 부위를 버리는 부분 없이 고루 사용한 육류전유어와 어패류, 채소류 등의 여러 종류의 식품재료로 만든 전유어를 만들어 모듬으로 상차림에 낸다.
전유어는 여러 가지 식품재료를 활용하여 명절분위기를 돋보이게 하는 음식이다. 민족의 명절인 설날에 온가족이 모여서 여러 가지 전유어를 만들면서 따뜻하고 즐거운 가족분위기를 만들어 보자.
공주대 명예교수·전한국가정과학회장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2060103334301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