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건강

길면 9개월’인 나를 살려낸건 믿음 준 의사와 희망 준 가족

큰산happypapa 2011. 2. 22. 11:35

<癌을 극복하는 사람들>
“‘길면 9개월’인 나를 살려낸건 믿음 준 의사와 희망 준 가족”

난소암 이겨낸 임종임씨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10218010333270340020

 

임씨는 지난해 8월 남편(69)과 함께 남편 사업겸 요양겸 이곳으로 내려왔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집 인근 체육관에서 수영을 하고 점심 식사를 한 뒤 집에서 잠깐 쉬고 있었다. 임씨가 내놓은 과일을 먹으며 사연을 들어봤다.

암과의 ‘인연’은 가족 여행에서 시작됐다. 지난 2006년 8월 모처럼 제주도 가족여행 계획을 잡았다. 놀러가기 전 몸이 좀 아팠는데 감기로 생각하고 그냥 갔다. 제주도에 가서는 더 심해져 3박4일 죽만 먹고 돌아다녔다. 돌아와 대형병원에 갔더니 열흘간 검사를 거쳐 처음엔 대장암이라고 했는데 결론은 난소암이었다. 대장과 임파선으로도 전이된 것이다. 청천벽력이 따로 없었다. 난소암은 5년 생존율이 60%대로 80∼90%대의 유방암이나 자궁경부암에 비해 낮은 편이다. 6개월, 길어야 9개월 산다고 했다. 기록을 다 싸들고 국립암센터로 갔다. 남편과 첫째(39), 둘째(36) 딸 부부, 막내아들(33)이 모두 모여 난상토론 끝에 정한 곳이다.

임씨는 “그때 둘째 사위가 병원을 잘 고른 게 천운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씨는 “우리 둘째 사위가 누군지 아세요? 배구선수 신진식”이라고 했다. “아, 그 유명한 삼성화재의 ‘갈색폭격기’?” “맞아요. 둘째 사위가 장모 모시느라고 고생 많았어요.”

임씨는 그해 9월부터 20일 주기로 수술 전 항암치료를 6번 받았다. 젊은 시절 수영, 헬스, 에어로빅 등으로 단련된 기초체력이 그 어려운 항암 과정을 이겨내는 큰 힘이 됐다. 의료진의 따뜻한 손길도 암 극복결정적이었다. “제가 임명철 주치의 선생님에게 몇기냐고 물었더니 제 손을 꼭 잡으며 ‘초든 말이든 저만 믿고 따라 주세요, 확률이 1%라도 열심히 치료해봐야죠’라고 말하는 거예요. 신뢰감이 가면서 ‘아, 나도 살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다음부터 의사가 먹으라는 거, 치료하는 거 다 하라는 대로 했어요.”

12월9일 막내아들 결혼식에 참석한 임씨는 열흘 뒤 11시간에 걸쳐 난소 전부와 대장 일부를 절제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임씨는 “가족들이 수술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의료진이 잠시 나오자 큰일 난 줄 알고 다들 사색이 됐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빙그레 웃었다. 수술 후 처음엔 죽만 먹었다. 죽그릇도 너무 크게 보였다. “사돈어른이 손수 간장게장을 해왔는데 그걸 보니까 밥이 조금씩 먹히더라고요. 또 경주 감포 친정집에서 올라온 자연산 물미역을 먹었더니 드디어 입맛이 돌아왔어요.”

임씨는 수술 뒤 다시 항암 치료를 6번 받았다. 항암 과정에서도 가족의 헌신적인 도움이 그를 구해냈다. 항암 주사를 맞으면 딱 사흘 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쑤시는 강한 통증이 하루 종일 이어진다. 그날은 가족들이 초비상이다. 식구들이 모두 달라붙어 임씨를 하루 종일 주물렀다. 양쪽 허벅지 부분감각이 돌아오지 않아 화장실에 갈 때마다 남편과 자식들이 일으켜 세워줬다.

임씨는 그 이후 끊임없이 걷기와 수영 등을 통해 재활치료를 해왔다. 하지만 아직 손끝과 발의 감각만큼은 완전히 살아나진 않고 있다. “지금도 남편이 틈만 나면 제 손과 발을 주물러줘요. 지금 제가 느끼기에는 몸 상태가 80은 회복된 것 같아요. 이제 곧 완전히 살아날 거라고 믿으면서 살고 있어요.”

집 인근에 있는 야트막한 직지산으로 산책갈 시간이 됐다.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임씨는 깜짝 한파에 등산 모자를 푹 눌러썼다. 그는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암에 걸리니까 어디서 알았는지 전화가 와서 1억만 주면 고치는 약이 있다, 무슨약은 1000만원이다 그러더라고요. 싹 다 무시했어요. 고치면 고치고 못 고치면 가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삶에 초연해지니까 오히려 희망이 생기더라고요. 제 성격이 원래 긍정적이에요. 암 환자들이 처음엔 다 ‘왜 하필이면 내가 이런 병에 걸려야 하나’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해요. 그러고 나서 싸워서 이겨야 합니다.”

임씨는 의사의 지시대로 식이요법과 운동을 철저하게 했다. 병원에서 주는 약만 먹었다. 버섯, 연근, 우엉 등 뿌리음식을 많이 먹었다. 고기는 구워먹지 않고 삶아 먹고, 생선도 구이 대신 찌개용으로 지져 먹었다. 과일은 하루에 3∼4가지씩 골고루 먹는다. 소식하면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는 영양사의 권고를 잘 따라 하고 있다.

이렇게 생활했더니 어느덧 5년째가 됐다. 하늘이 도왔는지, 임씨의 피나는 노력 덕분인지 암 재발이나 전이는 없었다. 오르막 등산로를 따라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던 임씨는 많은 암 환자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주문에 “희망을 갖고 낙심하지 말고 병을 이겨야 해요. 전 지금 아침마다 행복해요. 막내아들네가 최근 임신했어요. 큰 손자는 12살이고요. 이제 큰 손자가 결혼할 때까지 살아야겠다는 욕심이 생겨요”라고 말하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