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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55세의 함정에 빠진 건설사

큰산happypapa 2011. 6. 27. 10:41

정년55세의 함정에 빠진 건설사

건설경제 20110627A12

빠른 정년에 취업사이트 40대로 북적, 건설사는 전문인력 만성부족

    6월은‘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정년연장 논란이 첨예하게 대립한 달이었다.

 지난 10일 고용노동부가 결국 ‘정년 60세 연장’ 계획이 무산됐음을 밝힌 것이 시작이었다. 대통령 소속 노사정위원회가 제79차 상무위원회를 열고 기업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놓고 막판 절충을 벌였지만 노사 이견이 워낙 커 결국 합의도출에 실패한 것이다.

노동계는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며 2013년 법제화를 요구했지만, 경영계는 성과위주의 임금체계 개선 등을 전제로 한 점진적 정년연장을 주장했다.

 지난 12일 고용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의 정년은 5급 이상이 60세, 6급 이하의 경우 59세다. 일반 기업의 경우는 평균 정년이 57.2세지만, 실제로는 53세를 전후로 퇴직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단일정년제를 도입한 100대 건설업체의 정년은 어느 정도나 될까.

 100대 건설업체 중 일정한 나이에 도달하면 무조건 퇴직하는 단일정년제를 도입한 건설사는 69개사다. 상용직근로자가 300인 이상 규모인 대형건설업체 104개사 중 25개사는 직급별로 정년이 다르고, 6개사는 직종별로 정년이 다르다. 게다가 3개사는 정년제도가 아예 없다.

 단일정년제를 시행하는 건설업체의 평균 정년은 지난 10년 동안 전체 산업 평균보다 약 1살 정도 낮다. 건설업계의 정년은 단 한 차례도 평균치보다 높았던 적이 없다.

 69개 건설업체의 평균 정년 기간은 56.7세로 54세 이하인 기업은 1개 기업이고, 39개 업체의 정년은 55세, 12개 업체는 58세, 9개사는 60세다. 직급별, 직종별로 정년이 다른 건설업체도 대부분 55세가 평균 정년이다.

 

 

 # ‘55세 정년’의 함정, 과도한 복지비용

 OECD는 지난 20일 열린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에서 우리나라의 고용, 소득분배, 사회보장, 세제 등의 실태를 토대로 한 ‘한국의 성장과 사회통합을 위한 틀’이라는 제목의 사회정책 보고서를 내놓고 기업의 정년제 폐지를 강하게 권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65세 인구 1명을 20~64세 인구 6명이 부양하는 실정으로 아직은 양호한 상황이다. 터키, 멕시코, 칠레에 이어 OECD에서 네 번째로 젊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50년이 되면 이 비율은 1.5명으로 떨어져 일본에 이어 두 번째 고령국가가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55~64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2.7%로 OECD 평균치에 비해서는 높지만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높아지는 연공급 체계로 인해 대다수 기업들이 55세에 퇴직을 권하는 상황이다. 결국 62.7%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허구의 숫자로, 대부분 고령근로자들의 조기퇴직은 이들을 저생산성 일자리로 이동하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OECD 경제국의 랜달 존스 한국담당 선임이코노미스트는 “고령자에게 근로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복지지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앞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할 노인인구에 대한 사회적 복지비용을 고려하면 정년연장에 들어가는 비용이 훨씬 적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55세 정년’의 함정에 빠진 건설사

 임금 피크제 등을 도입하며 고용연장 연착륙을 유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건설업계는 대부분 단일정년제를 사용하며 평균 55세의 정년 이후면 퇴직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렇다 보니 고급기술인력의 경우는 정년까지 기다리기보다는 그 전에 회사를 나가거나 이직 준비를 통해 회사를 옮기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짧은 정년, 이직을 통해 몸값을 올려 일할 수 있는 동안 재산을 모으겠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건설워커 등 취업사이트의 ‘프리미엄인재관’ 중 설비ㆍ엔지니어링에 들어가 보면 80%에 가까운 인력들이 40대 이상이다.

 지원부문도 항만, 토목설계, 수자원분야설계, 도시계획, 터널시공 등으로 다양하며 현장경력은 15~20년 이상이다.

 거의 대부분 인력들이 4년제 대학의 토목공학과를 졸업했으며 해외현장 경험이 있고, 영어 외 러시아, 베트남어를 구사하는 전문인력들도 많다.

 이들이 취업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려 놓은 것은 현재 실직상태이기 때문이 아니라 40세 이후부터는 이직에 대해 ‘상시대기’ 상태이기 때문이다. 즉 조건이 좋은 업체가 연락을 해온다면 언제든 옮길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으로 보통 현재 연봉의 15~20% 이상을 제공할 때 긍정적으로 이직 의향을 밝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55세 정년이 기본이고,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은 매우 소수이기 때문에 대부분 전문인력들이 40대 이후부터는 이직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짧은 정년이 전문인력의 이직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10대 건설업체 관계자 중 7명은 현재 고급기술인력에 대한 수요와 공급 불균형 사이에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의 현황은 짧은 정년제가 일부 기여했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건설사, 다양한 정년 연장 방안 모색>

전문위원, 기술명장 제도 통해 정년 2~4년 가량 연장

 전문인력에 목마른 건설업계로서 ‘55세 정년’은 애매한 지점이다.

 정년을 연장하기에는 50대 이후 근로자의 연봉이 부담으로 다가오지만, 그렇다고 모든 근로자들을 단일정년제에 기준해 회사에서 내보내기도 아까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단일정년제에 대한 고민은 현재 대형 건설업체들이 갖고 있는 공통된 고민이다. 시공순위 5위 안에 드는 업체의 한 인사팀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 정년연장은 하지 않되, 전문인력을 고용연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최근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의 공사 프로젝트가 대부분 고급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 타 건설업체의 정년이 가까운 전문인력들을 불러들이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건설사들의 고민이 겹치면서 최근 건설업계 차원에서 일부 전문인력들의 고용연장을 추진하는 다양한 인사제도가 등장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대림산업이 오는 7월부터 시행하는‘전문위원’제도다. 부장급 중 임원으로 승진하지는 못했지만, 회사에 필요한 인재들에게 ‘전문위원’이라는 직함을 통해 고용을 연장하는 것이다. 계약직과는 다르며, 임금은 부장급일 때보다 통상적으로 연봉 20% 정도를 더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 인사팀은 “예를 들어 20년 이상 컴프레서(압축기)를 다뤄 온 전문가의 경우 여러 분야를 두루 거친 동기에 비해 임원 승진 가능성이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러한 경우를 위해 올해부터 전문위원 제도를 통해 고급기술을 갖춘 인력의 활용방안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림산업은 전문 엔지니어 중에서 전문위원을 선발하고, 특히 최고급 전문가는 수석 전문위원으로 선발해 더 큰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GS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기술명장’ 혹은 ‘마이스터제도’를 통해 고용연장을 유도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는 9개 전문분야로 나눠 우수기술 인력에 ‘마스터(장인)’와 ‘엑스퍼트(전문가)’로 인증해 추가 수당과 연수, 대형프로젝트 우선 배치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들 근로자는 정년 후에도 계약직으로 계속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GS건설은 정년을 맞은 우수기술 인력에게 정년 3년을 연장해주는 ‘기술명장제’를 시행해 전문인력에 대한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고용연장을 시도하는 기업들도 많지만 역시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고용연장 방법은 1~2년 단위의 ‘계약직’ 전환이다.

 대우건설은 현재 정년이 55세이지만, 임원 승진의 경우는 정년 제한이 없다. 그러나 임원 승진 비율이 낮아, 전체 부장급 직원 511명 중 약 10% 정도만이 임원으로 올라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승진하지 못한 직원 중 전문 능력을 갖춘 직원을 대상으로‘호칭상무(정직원)’와‘전문위원(계약직)’이란 직함을 통해 근무를 연장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현재 대우에서 근무 중인 호칭상무는 21명, 전문위원은 14명으로 대부분 퇴직 시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다.

 쌍용건설 역시 부장급 인력은 총 124명으로 이 중 약 7% 가량만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실정이다. 이 중 임원이 아니어도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력은 이사대우, 혹은 부장 이하의 경우 전문인력으로 필요할 때 계약직으로 전환해 정년 이후 근무를 지속하고 있다. 현재 이런 방법으로 쌍용건설에 근무하고 있는 인력은 10명이며 계약은 1년 단위로 연장되고, 임금은 퇴직전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같은 제도에 대해 대우건설 측은 “전문성을 보유한 직원의 경우 임금피크제 등을 제도화해 채용할 수 있다면 회사와 개인 모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전문인력 고용연장과 함께 신입사원 육성에도 노력을 기울이면 현재 건설업계가 겪는 만성적인 전문인력 부족현상을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최지희기자 jh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