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착한 뇌물’ 비호세력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110902140118895&p=munhwa
문화일보 20110902A38
김종호/논설위원
향기로운 악취는 없다.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기분 좋으면서 불쾌한 냄새는 있을 수 없다. 향기와 악취는 서로 정반대인 냄새를 나타내는 단어다. 동일한 냄새를 두고 동시에 사용할 수 없는 표현이다. 그런데도 '향기로운 악취' 식의 용어가 횡행한다. '착한 뇌물'이 대표적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악취 풍기는 검은돈 거래 혐의에 대해 선행(善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황당한 궤변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네티즌들이 만든 말이다.
구체적 제보를 받은 선거관리위원회 의뢰로 시작된 검찰 수사를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표적수사"라며 악(惡)으로 매도한 곽 교육감은 자신을 마치 '얼굴 없는 천사'인 것처럼 미화했다. 지난해 6·2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좌파 진영 후보들의 단일화 과정에서 뒷거래 끝에 사퇴한 혐의의 장본인이 긴급체포된 뒤에도 곽 교육감은 측근을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잡아뗐다가, 부인하기 어려운 증거·증언 자료를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뒤다. 그제서야 그는 "(사퇴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선의(善意)로 총 2억원을 지원했다"고 시인하면서도 이렇게 주장한 것이 '총체적 진실'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교육감 취임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다가 박 교수가 자신의 경제적 형편과 사정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전해들었다. 경제적으로 몹시 궁박한 상태이며 자살까지도 생각한다는 이야기였다. 같은 미래를 꿈꾸며 교육운동의 길을 걸어오신 박 교수의 상황을 모른 척할 수만은 없었다. 드러나게 지원하면 오해가 있을 수 있어 선거와 무관한, 나와 가장 친한 친구를 통해 전달했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이기까지 했다. "이것이 범죄인지 아닌지, 부당한지 아닌지는 사법 당국과 국민의 판단에 맡기겠다."
어려운 처지의 훌륭한 사람을 순수하게, 그것도 남몰래 도와준 것이 어떻게 죄일 수 있느냐 하고 항변한 것이다. 하지만 돈을 받은 박 교수는 법원의 영장 발부로 구속됐다. 후보 단일화 당시 곽 교육감이 당선되는 경우 7억원과 함께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장 자리 등을 주기로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다가 시간을 늦춰 일부 이행했다는 검찰 조사 내용 등이 사실일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곽노현이랑 친해지면 생활 어려울 때 2억원 정도는 받을 수 있어요.' '선의로 2억원을 건네주실 분을 찾습니다. 교육계에 계시면 더 좋고요.' '급식 무상에 이어 콩밥도 무상으로.' '착한 뇌물' 말고도 이런 식의 비아냥이 쏟아지는 것도 그래서다. 서울 교육의 수장(首長) 감투를 돈으로 산 혐의에 더해 '착한 뇌물'로 상징되는 궤변으로 국민을 또 속이기까지 한다고 보는 것이다.
법학 교수 출신으로 법치주의 수호와 반(反)부패의 전사(戰士)임을 자처해온 곽 교육감이어서 더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그는 경쟁 교육과 엘리트 교육을 적대시하면서도 자녀를 그런 교육을 지향하는 외국어고에 진학시킨 이유에 대해 외국어고의 실상을 몰라서 그랬다고 둘러대는 위선을 보여왔다. 교육시설 사업예산을 삭감하는 서울시교육청의 재정 형편에 아랑곳하지 않고 '교육감에 대한 보안관리 강화 필요' 운운하면서 의전용 관사(官舍) 신축을 추진하다가 '진보의 타락'이라는 지탄을 받기도 했었다. 물론 아직 곽 교육감에 대한 수사 결과가 공식 발표된 단계는 아니지만, 알려진 내용이 사실로 최종 확인된다면 파렴치범의 전형이라고 할 만하다.
파렴치하기로는 검은 거래로 사실상 교육감 자리를 사고파는 범죄에 직·간접으로 간여한 셈인 집단·세력도 마찬가지다. 곽 교육감을 더 비호(庇護)하다가는 국민적 비판의 화살을 맞을 것으로 보이니까 자신들의 전비(前非)는 외면한 채 꼬리 자르기 식으로 자진 사퇴를 촉구하다가 슬그머니 태도를 바꾸고 있다. 버티라고 부추기고 있다. '착한 뇌물' 궤변까지 '믿는다'면서 비호 성명서를 버젓이 내놓기도 한다. 위선과 선동이 계속 통할 수 있고 자신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올 날도 머지않았다고 여기며 일탈의 위세를 과시하고 있는 세력의 실체와 저의를 양식 있는 국민 모두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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