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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전면 無償급식의 ‘불편한 진실’

큰산happypapa 2012. 3. 28. 15:20

<포럼>전면 無償급식의 ‘불편한 진실’

문화일보 20120328A39

 

김영봉 /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최근 조선일보의 취재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과 올해 무상(無償)급식을 시작한 서울시내 초·중학교 급식의 질(質)이 그 전년도에 비해 확연히 떨어졌다고 한다. 학생 1인당 급식단가는 비슷하지만 그간 식재료 값이 평균 8.7% 올랐기 때문이다. 또한 각 학교가 예산절약을 위해 조리인원을 줄이다보니 손이 많이 가는 음식 마련도 어려워졌고, 따라서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런 역효과는 전면 무상급식을 시작할 때부터 빤히 예상됐었다. 상식적 정치가들은 그 예산 조달과 단계적 실행계획을 마련했겠지만 야당 좌파 진영은 ‘평등한 밥상’을 서민에게 선사하겠다는 명분에 집착해 일거에 밀어붙였기 때문에 오히려 어린 학생들을 피해자로 만들었다. 이런 실패는 향후 무상보육·무상의료·반값등록금 등 정치권이 공약하는 모든 무상 시리즈에서도 되풀이될 문제다.

 

무상급식의 문제는 이제 그 단초(端初)가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 서울시의 무상급식 대상은 올해 중학교 1학년, 내년 2학년, 2014년에는 전체 중학생으로 해마다 늘어날 계획이며, 따라서 올해 2850억원, 2014년에 4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 예산은 원래 교육청 50%, 서울시 30%, 자치구가 20%를 분담해 왔는데, 벌써부터 너나없이 예산 조달에 비명을 지르는 지경이 됐다.

 

따라서 전면 무상급식을 함께 외치던 곽노현 서울시교육청과 박원순 서울시청이 지금 분담금을 서로 미루느라 핑퐁 치는 희극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무상급식 주체는 교육청이므로 향후 시 부담률을 다른 광역지자체 수준(20%)으로 인하를 요구할 계획’이라 하고, 교육청은 ‘학교 노후시설 개선 등 돈 들어갈 곳이 많다’며 올해 중학교 이상 무상급식 예산 분담을 사실상 포탈하려는 상황이다. 이제 막 시작된 전면 무상급식이 이 지경이라면 향후 무상급식 재정은 파산된 것이나 다름없다.

 

현 무상급식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혜택을 받아야 할 서민층과 시민 전체를 되레 피해자로 만든다는 데 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처음 무상급식을 시작했을 때는 초등생 5, 6학년 급식예산을 만든다며 서민을 위한 학비절약 및 학력신장 지원, 장애인 유아 지원예산 등을 사정없이 잘라냈다. 향후 전면 무상급식 비용이 불어나면 서울시교육청 예산도 이와 똑같이 파탄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서울시 구청들은 제한된 재원에 무상급식 예산을 만드느라 학교시설 유지·보수, 다른 구정(區政) 사업예산들을 무참히 깎는다. 지난달 서울시는 연간 2조~3조원의 비용 보조를 중앙정부에 요청했는데 이는 서울의 무상급식, 주택복지, 시립대 반값 등록금 시행 비용을 국민 전체에게 전가하겠다는 의도다.

 

다른 보편적 복지도 마찬가지다. 반값 등록금 지원예산은 세금으로 충당하든 빚으로 충당하든 국민 모두에게서 쥐어짜 부담시키는 것이다. 이를 대학에 떠맡기면 시장경제는 필연적으로 ‘반값 대학’과 ‘반값 대학생’을 생산해낸다. 대학생들은 졸업 후 실업자나 취업 포기자가 되며 신용불량자가 된다. 향후 반값 등록금은 이 현상을 배가(倍加)시킬 것이므로 그 가장 큰 피해자 역시 대학생이 될 것이다.

 

이처럼 이 세상에 ‘무상복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지원이 절실한 자에게 우선 공급되는 복지’가 온 세계에서 통하는 상식적 복지다. 올해 전면 무상급식 계획은 그 예산 구조상 지속가능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음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이런 무상복지들은 가능한 한 빨리 종결시키는 게 상식적으로 옳다. 따라서 오늘날 ‘무상 극(劇)’의 실체를 규명하고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일은 이 시대 지식인의 책무 중 하나다.

http://media.paran.com/news/view.kth?dirnews=960498&year=2012&pg=1&date=20120328&dir=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