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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둘레길’걷기_솔향·옛성터·구름… 山이 내 안에

큰산happypapa 2010. 9. 17. 15:41

 

솔향·옛성터·구름… 山이 내 안에 스며든다

‘북한산 둘레길’걷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0091701033533008002

 

▲ 북한산 둘레길은 비탈길의 경우 나무나 돌로 계단이 잘 정비돼 있다. 이정표도 곳곳에 설치돼 있어 불편이 없다. 김동훈기자
제주도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에 이어 북한산 둘레길이 지난 7일 개통됐다. 올레길이 처음 열리더니 강화도와 내장산, 월출산 등 연이어 우리 국토에 걷기 좋은 길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길을 낸다’는 것은 진중한 의미가 있다.

엄청난 장비를 들여 거대한 토목공사를 통해 내는 도로가 아니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는 길을 말한다. 또 김구 선생이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는 서산대사의 시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의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지금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된다’고 했을 때 그 길이기도 하다. 올레길은 우리나라 여행·등산문화에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었다. ‘더 빨리, 더 높이’만 쫓는 우리의 등산문화에도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언론인 출신으로 올레길을 처음 구상하고 길을 낸 서명숙씨는 대단한 원력을 가졌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조성된 둘레길은 북한산 중 서울시 구간 37㎞다. 이미 조성된 우이령길(6.8㎞)과 연결돼 둘레가 43.8㎞에 달한다. 제주도와 지리산이 민간과 지자체, 산림청이 구상하고 조성했다면 북한산 둘레길은 서울시의 협조를 받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주체가 돼 만들었다. 등반객들에게 행정편의적으로 ‘감시와 금지’만 한다는 눈총을 받아온 공단이 이제껏 해온 사업 중에 북한산 둘레길이 가장 성공한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공단은 2012년까지 도봉산 구역까지 포함하는 63.2㎞의 전체코스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번 둘레길 조성에 들어간 예산이 44억원 정도다. 근래 전국 지자체 여러 곳이 분수대 조성 등 전시적인 꾸미기에 수십억원, 많게는 백억원 단위씩 돈을 써 예산낭비로 지적되는 데 비한다면 북한산 둘레길은 많지 않은 예산으로 그 효과는 무척 크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5일 북한산 둘레길 일부구간을 함께 답사한 공단의 윤대원 공원시설팀 차장은 “기존에 나있는 샛길이나 등산로를 연결해 정비했기 때문에 큰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둘레길을 위해 따로 산림을 훼손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그동안 북한산 꼭대기만 오르려 했던 이용객들에게 북한산의 새로운 얼굴을 만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유동 빨래골을 통해 둘레길을 들어서니 과연 북한산을 다시 보게 한다. 무엇보다 꼭대기로 오르겠다는 부담이 없어 주변 경관을 세세하게 보게 된다. 다소 오르막내리막이 있지만 평이하게 걸을 수 있는 길들은 마음마저 너그럽게 만드는 것 같다. 조선시대에 궁녀들이 빨래를 핑계 삼아 궁궐을 멀리 벗어나 계곡에서 족탁을 즐겼다는 유래에서 이름이 생긴 빨래골에선 이번에 만든 구름전망대가 가깝다.

북한산 둘레길은 지역과 테마별로 13개의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구간별로 특색이 있어 나눠 즐겨보는 것이 좋다. 북한산 홈페이지(http://bukhan.knps.or.kr)에 각 구간별로 교통편이 자세히 안내돼 있어 접근도 편리하다. 13개 구간 중 우이동을 지나는 소나무숲길, 수유의 순례길·흰구름길, 정릉의 솔샘길·명상길, 은평의 구름정원길 등이 각별히 고유한 멋을 자랑한다.

소나무숲길은 솔향이 진동하는 길이 일품이고, 순례길은 애국선열들의 묘역과 4·19국립묘지를 지나게 돼있다. 흰구름길에는 구름전망대가 설치돼 있고, 솔샘길은 성북구의 대표적인 근린공원인 ‘북한산생태숲’을 지난다. 명상길은 최근 서울시에서 개방한 ‘북악하늘길’과 연결된다. 구름정원길은 이번 둘레길 조성공사에서 가장 어려웠던 구간으로 바위들이 많아 숲 위로 200m 정도의 하늘다리를 설치해 놓았다.

북한산 둘레길이 열리자마자 벌써 “‘완주’를 몇 시간에 했네”하는 식의 경쟁이 생겨나고 있다. 보통 한번에 돌자면 20시간 남짓 걸린다. 인터넷에는 14시간 대에 돌았다고 자랑하는 분들이 여럿 있다. 반면 1박2일로 여유있게 완주하는 팀들도 적지 않다. 아예 어느 산자락에서 비박을 하는 모양이다. 국립공원인 북한산은 야간산행이 금지돼 있어 따지고 보면 불법이다. 그런데 둘레길의 경우 저녁 시간에 시민들이 산책 삼아 걷기에 더 없이 좋다. 지금도 야간에 둘레길을 걷는다해서 막지는 않는다.

위로만 걷지 않고 수평으로 걷는 새로운 경험을 추석 연휴기간에 북한산 둘레길에서 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