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죽음의 필연성 알면 삶의 당위성 찾게 돼"

큰산happypapa 2010. 12. 3. 10:57

"죽음의 필연성 알면 삶의 당위성 찾게 돼"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2/02/2010120201992.html

 

'미스터리 스님' 지허 책 2권 출간
선방일기… 인간적이고 따뜻한 스님들의 이야기
四壁의 대화… 토굴에서 수행한 1년간의 기록 담아

1960~70년대 뜨거운 구도심(求道心)과 엄격한 수행 자세를 담은 진솔한 수행기록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미스터리 스님' 지허(知虛) 스님의 '선방일기(禪房日記)'(불광출판사)와 '사벽(四壁)의 대화'(도피안사)가 최근 출간됐다.

'선방일기'는 월간지 '신동아' 1973년 2월호에 실렸던 것으로 1970년대 초반 오대산 상원사에서 동안거(冬安居)를 보낸 이야기를 일기 형식으로 적었다. 1993년과 2000년 출간돼 복사본이 나돌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가 절판된 책을 다시 출간했다. 스님 36명이 식수 조달과 목욕탕 관리, 땔감과 채소밭 담당 등 각자 소임(所任)을 나눠 맡고 울력(공동노동)을 하면서 새벽 3시부터 하루 11시간씩 참선하는 모습에서 깨달음을 향한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각기 벽을 향해 결가부좌를 취했다. 고요했다.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우열은 전쟁터에서 용장(勇將)과 패장(敗將)으로 구분되듯이 시간이 지나야 각자의 자량(資糧)과 분수가 노출되면서 공부가 익어가는 모습이 비쳐지리라."

수행하는 스님들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한 묘사도 흥미롭다. 꿋꿋이 정진하다 전염병에 걸려 선방(禪房)을 떠나는 다른 스님의 바랑에 자신의 내복을 넣어주는 모습, 쉬는 시간에 '뒷방'(휴게실)에서 입담으로 동료 스님들을 휘어잡는 '뒷방 조실(祖室·참선을 지도하는 원로스님)', 식욕을 견디지 못하고 감자를 훔쳐 먹는 스님이 생기자 매일 감자 일변도의 식단을 짜서 질리게 만든 원주(院主·살림 담당) 스님 등의 이야기에서 때로는 감동이 일고, 때로는 웃음이 난다.

'사벽의 대화'는 1968년 불교계 주간신문인 '현대불교'에 29회 연재됐던 것으로, 최근 김광식 동국대 연구교수가 발굴했다. 월정사 말사인 강원도 정선의 정암사에서 8㎞(20리) 떨어진 토굴(土窟)에서 1962년 봄부터 1년간 수행한 기록이다. 범어사 출신 선승(禪僧)인 '석우' 스님과 함께 수행한 기록을 현재와 과거 시점을 넘나들며 소설처럼 서술했다.

두 스님은 정신과 육체, 인간의 가능성과 한계성, 시간과 공간, 절대와 무(無), 삶과 죽음 등 불교철학의 핵심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 "인간의 한계성인 죽음은 필연적인 것입니다. 필연적인 것을 붙잡고 괴로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죽음의 필연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면 삶의 당위성을 찾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가능성에 충실해야 합니다." "여긴 토굴입니다. 비록 욕망을 완전히 탈피하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외면만이라도 해보려고 우리 스스로 울타리를 쳤습니다. 욕망이 싫어서가 아니라 너무 좋아서였습니다."

지허 스님에 대해서 알려진 사실은 법명과 속성(俗姓)이 김씨라는 것뿐이다. "서울대
출신으로 1957~58년 월정사의 탄허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고, 1975년 입적했다"는 풍문이 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