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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토리엄 저주

큰산happypapa 2010. 7. 28. 15:43

<오후여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00728010338371610021

모라토리엄 저주                              문화일보 20100728A38

 

문성웅 논설위원

두바이의 상징 부르즈 할리파. 높이 828m·162층의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2004년 착공부터 한국 건설회사가 시공사로 참여해 더 친숙하게 와닿는다. 이 빌딩은 그러나 2010년 1월4일 개장전까지 ‘부르즈 두바이’로 불렸다. 이름이 바뀐 데는 채무상환 유예(모라토리엄)의 저주가 그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두바이 정부는 2009년 11월25일 당시 국영 건설회사 ‘두바이 월드’의 부실을 이유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두바이는 이웃 형제국인 아부다비로부터 지원을 받아 한숨 돌린데 이어 계속 도움을 받기 위해 자국의 상징물을 개명하기까지 했다. 할리파는 다름 아닌 아부다비 통치자의 이름이다.

북한에서 2009년 11월30일 발표된 17년만의 화폐 개혁은 ‘북한판 모라토리엄’이다. 100 대 1의 교환 비율이나, 10만원 또는 15만원 한도내에서의 교환 규제는 기존 화폐 대부분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북한의 국가경제가 피폐화하고 상대적으로 사(私)경제가 활기를 띤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조선중앙은행의 통화 남발에도→돈이 민간에서만 돌 뿐→화폐당국으로 회수가 되지 못해→재정고갈 상태의 악순환이 계속되자, 주민 희생을 강요한 셈이다.

모라토리엄은 빚 갚는 시기를 약속보다 늦추는 것으로 빚을 아예 못갚겠다는 채무불이행(디폴트)과는 엄연히 다르다. 그럼에도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순간 시장의 잔인한 보복을 부른다. 두바이에서 보듯,‘사막 위의 기적’신화에 금이 간 것은 물론, 국가 신용등급이 곤두박질치고 외국인 투자가 급격히 빠져나가며 기업의 연쇄도산과 함께 국민은 실업의 고통을 당한다. 실제로 페루와 멕시코,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 모라토리엄 선언의 불명예 국가 모두는 이같은 수순을 거치며 모라토리엄의 저주를 피해갈 수 없었다.

경기 성남시가 12일 판교특별회계에서 지난 3년간 빌려쓴 5200억원에 대해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지 보름이 지났다. 국토해양부와 함께 채권 당사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뿔났다. 성남시 재개발사업을 중단하겠노라고 응수했다. 이로 인해 재개발 예정지의 집값 추락 등 후폭풍이 심상찮다. LH와 성남시가 각각 모라토리엄과 무관하다고 손사래치지만 모를 일이다. 모라토리엄의 저주가 시작된 것은 아닐까.